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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가을, 바람이 서늘해지고 낙엽이 바닥에 뒹구는 계절이었다.
그때의 나는 일상에 큰 파문을 일으킬 만한 무언가를 애써 찾지는 않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설렘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그렇게 무심코 깔아둔 소개팅 어플에서 그의 프로필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 속 그는 수수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는데,
어쩐지 오랜 친구 같고도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짧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시작된 대화는 놀랍도록 자연스러웠다.
서툴고 형식적인 인사말 대신, 상대방을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물음들이 오갔다.
‘이 사람, 조금 다르다’는 직감이 스쳤다.
첫 만남은 퇴근 후 작은 카페에서였다.
창가에 앉아 있던 그는 화면 속보다 훨씬 더 따뜻해 보였다.
눈을 마주치자마자 어쩐지 오래 알고 지낸 듯한 편안함이 스며들었다.
흔히 첫 만남에서는 서로를 포장하고 좋은 모습만 보이려 애쓰는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내놓았고, 내 말에도 귀를 기울였다.
사소한 대화 속에서도 나를 존중해주는 태도가 전해졌다.
가장 놀라웠던 건 거리였다.
우리가 사는 곳은 한참 떨어져 있었는데, 그는 불평 한마디 없이 나를 보러 긴 거리를 달려왔다.
장거리 연애는 늘 부담이 따르기 마련인데, 그는 마치 그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듯 행동했다.
퇴근 후 지친 얼굴로도 기꺼이 달려와 나를 웃게 해주고, 다시 밤길을 돌아가는 그의 뒷모습은 내 마음을 단단히 붙잡았다.
‘이 사람이면 함께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서서히 싹텄다.
만남은 점점 잦아졌다. 우리는 비슷한 취향의 영화와 음악을 공유했고, 작은 농담에도 배를 잡고 웃었다.
주말마다 짧은 여행을 다니며 서로의 세계를 조금씩 더 깊이 들여다보았다.
그는 늘 배려심이 깊었고, 나를 위해 작은 불편쯤은 감수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그런 모습은 내 마음을 단단히 흔들어놓았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의 전화와 메시지를 기다리며 하루를 보냈고, 함께 있는 시간이 가장 소중한 순간이 되었다.
연애라는 단어가 우리 사이를 감싸고 있었지만, 그보다는 ‘동행’이라는 말이 더 어울렸다.
그러나 행복만으로 관계가 채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사랑은 익숙해질수록, 깊어질수록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내곤 한다.
